프로베라 복용 후 우울감, 계속 먹어도 괜찮을까요?

프로베라(Provera)를 복용한 뒤 우울한 감정이 더 심해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특히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때문에 프로베라를 처방받아 복용 중인 분들이라면 이와 같은 기분 변화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복용 전에도 어느 정도의 무기력함이나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약을 먹고 나서 그 증상이 더 깊어졌다고 느껴진다면 과연 이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건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 약을 중단할 수 있는지,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한 상황은 어떤 때인지, 이 글을 통해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프로베라 복용 후 나타나는 기분 변화, 무시하지 마세요

프로베라는 합성 황체호르몬(프로게스틴) 제제로, 주로 생리 주기를 조절하거나 자궁내막을 억제하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 호르몬 자체가 뇌의 신경전달물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특히 기존에 우울 증상이나 감정 기복이 있었던 분들이라면 프로게스틴 계열의 약물 복용 후 감정 변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호르몬이 감정에 영향을 주는 원리

우리 몸의 감정은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주도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은 여성호르몬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황체호르몬이 증가하면 세로토닌 시스템이 억제되거나 불균형이 생기기도 하는데, 바로 이 과정이 감정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생리 전후로 기분이 급격히 나빠지는 사람도 이와 비슷한 호르몬 기전에 의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죠.

기존 우울증이 있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미 감정 기복이 있거나 우울증 진단을 받은 분들이 프로베라를 복용하게 되면, 기존 증상이 심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 뇌의 화학적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었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복용 3일에서 7일 사이에 감정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났다면 약물의 영향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약을 계속 먹어야 할까요? 중단해도 될까요?

이 질문은 단순히 ‘기분이 안 좋다’는 이유만으로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프로베라는 생리 주기를 유도하거나 자궁내막을 보호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므로, 임의로 중단하면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약을 끊을지 말지를 고민할 때는 반드시 처방해준 병원을 다시 방문하여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해야 합니다.

의사 상담 시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약을 처방한 산부인과를 다시 방문해 현재 겪고 있는 감정 상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하면 도움이 됩니다.

“프로베라를 먹은 후부터 기분이 더 가라앉고 무기력해졌어요.”
“기존에도 우울한 감정이 있었지만, 요즘은 더 심해졌다고 느껴집니다.”
“약 복용을 계속해야 하는지 걱정되고, 약을 끊었을 때 더 악화될까 두렵습니다.”

이렇게 현재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담당 의사도 약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다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민할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함께 고려해보세요

호르몬 관련 치료를 받는 동안 감정 기복이나 우울 증상이 심해졌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함께 받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뇌 기능의 이상입니다. 특히 호르몬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는 기분 저하는 약물 치료와 심리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지금 힘든 마음, 결코 혼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약 때문인지, 원래의 우울증 때문인지, 또는 상황과 환경 때문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같은 경험을 하고 있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증상이 호전된 사례도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약을 계속 먹어야 할지 끊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치셨을 겁니다. 하지만 혼자 고민하며 마음속에만 담아두지 마시고, 산부인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건강은 신체와 마음이 함께 균형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 첫 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치료는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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